화가 김의창의 그림이야기

인간 업데이트
    인간 업데이트  
                  

학교에 근무하다보면 간혹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간혹이란 몇 년에 한 번 쯤 일어나는 일이니 차라리 '어쩌다가'로 고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회의 전에 노래를 부르면 딱딱한 회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을 경험
할 수 있다.

이제까지 몇 십 년 교직 생활에 직원 회의에서 배운 노래가 고작 '비목' '싫다싫어' '찬
찬찬'이니 거의 10년에 한번 꼴로 직원회의에서 노래를 배운 셈이다. 그러나 이게 참
보람 있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나처럼 거의 음치에 박치까지 겸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배운 노래가 간혹 노래방 같은 데에 가게 되었을 때에 아주 유용하게 쓰이게 되
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김건모씨의 '짱가'를 배우게 되었다. 배운다고 하여도 음악에 조예
가 깊은 선생님의 설명이 간단히 있고, 테이프를 틀어놓고 서너 번 따라 부르는 것으로
끝이 났다. 젊은 교사들은 곧 잘 부르게 되지만 나같이 나이가 좀 든 사람에게는 무리라
서 겨우 가락이 어떻다는 것을 알 정도에서 끝이 나버렸다.

그렇다. 이상하게도 우리가 흔히 부르는 대중 가요만큼 세대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또한 드물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부르는 테크노 음악이라는 것 '와'라든지 '바꿔'라든지 하는 노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한 마디의 가사도 따라 부를 수 없을 만큼 생소하다. 얼마 전에 젊
은이들과 함께 노래방에 갔었는데 그들이 내가 전연 모르는 이러한 노래들만 부르기에
나도 짐짓 화가 난 듯이 최희준씨가 불렀던 '진고개 신사'라는 좀 오래된 노래를 신청
하여 불렀더니 이 젊은이들이 멍하니 듣고만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내 어릴 적에 할아버지는 나를 지게에 얹고는 시골길을 가면서 노랫가랏
을 흥얼거리셨는데 지금도 나는 전연 모르는 그러한 노래였었다. 그러다가 어머니는
간혹 구성진 옛 대중 가요를 부르시기도 하였다. 그 노래들은 나도 조금은 낯익은 노
래인데 '울며 헤어진 부산항'이라든지 '낙화유수'같은 노래였다.

그러다가 내가 교직에 들어온 60년대 초에는 좀 연세가 있는 선생님들은 이상한 일본
노래도 부르셨는데 '港まち十三番地'같은 노래는 하도 많이 들어서 나도 한 두 구절은
부를 수 있을 정도이다.

그 당시에는 회식 같은 것을 하여서 거나하게 취한 선배 선생님들은 마지막에는 꼭
'오동추야'를 불러야 속이 시원한 모양 모두들 상대의 등을 두 손으로 잡고 방을 빙빙
돌면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흥을 돋구었었다.

세월은 흐르고 조용필씨나 송창식씨 같은 분의 노래를 거쳐서 이제 트로트 가수라고
하는 몇 몇 가수들의 노래를 우리 나이 또래는 즐겨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2, 30대 젊
은 층은 전연 우리와는 취향이 달라서 아예 세대 단절을 가져올 것만 같이 되어버렸다.

우리 집 아이들과 함께 노래방에 간 경험이 있는데 이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전연 낯
선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다. 그들에게 내 취향에 따라 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그들 취향에 따라 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건모씨의 테이프를 차에 꽂고 한창 유행하는 '핑게'라는 노래라도 익힐 요량
으로 매일 듣고 다녔다. 그런데 그게 내가 이제까지 즐겨 부르던 노래와는 영 딴판의
노래라서 도저히 익혀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몇 개월 꽂고 듣다가 그만 포기하고 말았
다.

덕택에 신세대 댄스 그룹 가수들의 노래도 시끄러움을 참고 들을만하게는 되었다. 그러
나 내 희망은 적어도 한 곡쯤은 신세대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짱가'라는 노래를 연수하였으니 정말 반가웠고 열심히 배우려고 하였다. 그런데
서너 번 불러서 젊은이들이 잘 부른다고 그만 두니 너무 서운하였다.

연수를 마치고 나서 담당 선생님에게 가서 그 테이프를 좀 복사해 달라고 넌지시 부탁을
드렸다.  흔쾌히 복사해주신 그 테이프를 나도 신세대 노래를 한 곡 부를 수 있게 하려고.
요즈음 출퇴근 시에 계속 듣고 있다. 이게 내 인생의 업그레이드(upgrade)인 양. 아니
적어도 업데이트(update)는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제목: 인간 업데이트


사진가: kec

등록일: 2008-03-23 16:33
조회수: 680 / 추천수: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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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살이 끼어
김지연   2008-10-27 20:41:25 [삭제]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항상웃으시고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항상행복하고 즐거운하루되시길바랍니다.
안녕히계세요 - 선생님의 영원한제자올림-
kec   2008-10-28 05:27:50
지연이 들어왔구나. 그런데 어쩌지. 박선생님이 더 편찮으셔서 나와 함께 더 오래 공부해야 되겠구나. 이번에도 우리 즐겁고 행복하게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자. 선생님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글 남겨 주어서 고마와. 김의창 선생님
김지연   2008-10-28 20:08:11 [삭제]
아니예요... 그냥추억도궁금하고...가족에게 선생님께서그림을자랑하고싶었어요... ㅎㅎ 박태순 선생님이 건강이빨리되돌아왔음좋겠어요...
답장을주셔서 고맙습니다.그런데 박태순 선생님은 어디가 편찮으시다고 했나요?... 그리고...제가컴퓨터실에서 좀 많이늦게 해서 검사를 제대로 못 받죠? 제가 타자도느리고... 읽는속도도 느리고... 컴퓨터의 많은게느려요...그래서 속도를 빨리하는 연습을 해야되요...ㅎㅎ더적고싶지만 다음에적을께요...
-선생님의 영원한 제자올림-
kec   2008-10-29 04:54:46
지연아 이렇게 글 남기니 대화도 되고 좋구나. 박 선생님은 갑상선이 안 좋다고 하더라. 그리고 아이도 장염인가 아파서 요즈음 좀 곤란한가 보더구나. 컴퓨터 속도가 느린 것은 타자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좋겠구나. 손가락 사용하는 방법(운지법)을 바르게 하고 계속 연습하면 참 빨라진단다. 그럼 학교에서 만나자.
김지연   2008-10-31 20:36:45 [삭제]
아~ 그런데 장염은 알겠는데... 갑상선이 뭐예요?ㅎㅎ 몇일 동안 답장 않해 드려서 죄송해요~~~~~ 학교에서봬요~~~~
kec   2008-11-01 05:40:14
그런건 컴퓨터에서 찾아보려무나. 박선생님이 앓으시는 병은 정확히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는 병이지 싶은데 곧 다 나으셔서 너희들 보러 오실거야. 너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단다. 학교에서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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