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의창의 그림이야기

산수유 꽃이 피다
산수유 꽃이 피다

  


일요일이라 모처럼 범어 공원에 올랐다. 오늘따라 한결 따뜻한 바람이 봄이 온 것을 알리는 듯하다. 산책길을 따라 아카시아나무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곰솔(해송)잎이 한결 파릇해졌다.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베드민턴 장에는 남녀가 모여서 즐겁게 웃으며 경기를 하는 듯 왁자지껄하다. 따뜻한 봄기운에 이끌리어 자꾸 걷다보니 박물관 쪽으로 발길이 나아간다.

박물관 뒷문 쪽에 고인돌을 전시해둔 곳을 지나갔다. 그 옆에 박물관에서 가꾼 듯한 보리밭의 보리가 마치 버짐을 앓았던 소년의 머리 같이 드문드문 빠진 곳은 있었으나 제법 푸르고 힘차게 자라 오르고 있었다.

그대로 산책길을 따라 내 발길은 박물관 안쪽으로 접어든다. 엄나무, 산사나무, 가중나무, 이팝나무는 아직도 한겨울과 별 다름이 없이 그대로 봄이 온 줄을 모르고 뻗어 있다. 그 옆으로 흔하게 많이 보이는 참나무는 지난해의 마른 잎을 달고는 그대로 겨울인양 버티고 서있다.

좀 더 나아가니 조팝나무가 나지막하니 온통 푸른 새싹을 터뜨리고 올망졸망한 새싹 뭉치들을 내어 뿜고 있다. 전체로 엉켜있는 조팝나무가 푸르른 색을 완연히 드러내고 있다. 며칠전 신천대로 옆의 가로수로 심어둔 쥐똥나무가 제법 푸른빛을 띄고 있더니 그보다도 더 푸른색을 드러내고 있다.

자세히 보니 단풍나무도 잔가지 끝에 제법 조그마한 새싹이 곧 잎을 내어 밀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 완연히 드러났다. 그 옆의 살구나무는 곧 꽃을 피우려는지 바알갛게 터질 듯이 내어 밀고 있는 꽃봉오리들이 가지 끝에 올망졸망 달려있다. 길가에 보이는 진달래도 역시 주홍색 짙은 색을 도톰하게 내어 밀고 있는 것이 수삼일 내에 꽃잎을 보일 것 같다.

박물관 앞뜰로 내려서니 온갖 나무와 풀들이 거의 봄을 맞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에 누군가가 원추리 나물을 사서 국을 끓여먹었다고 하더니 박물관의 원추리도 제법 파릇파릇 새싹을 내어 밀고 있다.

저쪽에 노오란 것은 아마도 산수유나무일 듯하여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역시 산수유나무다. 매화꽃보다는 늦다고 하여도 이렇게 노란 꽃을 터뜨리고 가장 먼저 박물관 산책길을 꽃으로 장식하는 그 장한 모습을 놓치기 아까워 한참을 보고 서 있다.

아니, 그 산수유나무 가지 한 곳에 개똥지바퀴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새가 앉아서 졸고 있다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드디어 나를 발견하고는 푸드득 날아오른다. 그 소리에 놀라서 다른 두 마리의 개똥지바퀴가 함께 날아오른다. 그럼 내가 미쳐 발견하지 못한 두 마리가 더 있었구나.

그 때 내 등에 내리 쬐는 봄 햇살이 첫사랑의 아픈 기억처럼 따가운 3월의 햇볕을 내 어깻죽지에 따갑게 내리비추었다.
    
제목: 산수유 꽃이 피다


사진가: kec

등록일: 2010-03-09 07:22
조회수: 532 / 추천수: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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